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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2017

동굴



집에 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이곳을 동굴이라 부릅니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김갑수씨는

자신만의 동굴에 아주 근사한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지구위의 작업실

줄라이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그런 근사한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군요..



언젠가는

줄라이홀과 같은

폼나는 나만의 작업실을 가지고 싶습니다.




거기서 뭐 할려고?

이 인간 수상하구만...








개인적으로 동굴 예찬론자입니다.

동굴이든 작업실이든.. 뭔 홀이든..

나만의 공간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왜?


그곳은

나를 마주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니까요



많은 시간을 남들을 바라보고 삽니다.

남들의 표정과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마음을 헤아리기 위해 노력을 합니다.

나라는 존재 보다는 우리라는 존재 그리고 집단을 위해 아주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감성없는 이성은 공허하다.

- 칸트-



조직과 사회에서 함께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합리적 판단

그 합리적 판단을 하기 위한 이성이라 부르는 제약

그곳에는 나란 사람은 없습니다.

나의 감정과 감성은 철저히 숨겨져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공허함을 느낍니다.

심한 갈증을 느낍니다.

동굴은 말라가는 감성을 다시 보충할 수 있는 공간을 의미합니다.

그곳에서는 오로지 나만을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곳에는 나만 있어야 하고

나만을 위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이 필요합니다.









혼자임을 방해하는 모든 것을 거부합니다.

인터넷, TV 따위는 이곳에 존재할 수 없습니다.


 

 








주커만의 베토벤 연주는 완벽이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습니다.

주커만이란 이름과 바렌보임의 이름이 함께 있는 음반은 실패 확률이 제로에 가깝습니다.

제클린 뒤프레란 이름도 함께 있으면 그건 대박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한동안 구입이 너무나도 어려웠던 음반입니다.

발터 게르비히의 류트 음반



언젠가 이 음반을 탄노이 실버로 듣고자 하는 꿈이 있습니다.

오리지날 오토그라프 통에 탄노이 실버를 장착하고

게르비히 음반을 듣습니다.

그 순간 어쩌면 가슴이 터질지도 모릅니다...

그 순간을 꼭 맞이하고 싶습니다.



몇개의 음반은

듣기 전 꼭 마음가짐과 컨디션을 살펴서 날을 받아(?) 듣는 음반이 있습니다.

가장 최상의 컨디션에서 듣고 싶습니다.

그래서

너무도 좋아하지만 자주 듣기 어려운 그런 음반들이 있습니다.

대부분 심신이 피폐해 있기 때문이지요...



1. 바흐의 마태 수난곡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의 많은 음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먼저 접했던 칼 리히터의 뭰헨 바흐 관현악단 연주를 지금도 최고로 생각합니다.

경건함이 무엇입니까?

이 음반을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2. 바흐 무반주 첼로 조곡

정말 최고의 컨디션일때, 할 수 있는 최고의 집중력으로 듣습니다.

그래야 전율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나 아르키브 레이블에서 나온 프루니에의 음반은 연주와 음질 모두 극한에 다다랐습니다.

탄노이 실버는 이런 음반을 위해 존재합니다.


 



3. 부르흐 바이올린 협주곡 1번

몰입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이 음반을 통해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습니다.

다비드 오이스트라흐의 음반을 가장 좋아하지만

정경화의 데카 음반은 데카 레전드 시리즈로 따로 분류될 만큼 정말 자랑스런 음반입니다.

당시 신기에 가까운 레전드급 해석이라는 최고의 찬사를 받았던 음반입니다.




4.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미치지 않고서는 연주할 수 없는 곡이다란 유명한 영화 대사가 있습니다. - 샤인-

따라서 듣는 이 역시 연주에 충분한 경의를 표현해야 합니다.

이견이 있을 수 없는 에밀 길레스의 연주

그리고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의 연주

지구인은 따라할 수 없는 연주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외계인이 남긴 공식 음반...




5. 베토벤 후기 현악 4중주

연주자도 듣는 이도 모두 긴장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인류를 대표하는 최고의 문화 유산이라는 평가는 한 두번의 청취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죽을때까지 들어도 이해가 어려운 음악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표현하고 싶습니다.

베토벤의 현악4중주는 존재하는 모든 음반의 수집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최근 린제이와 타카치 4중주단의 음반을 아주 주의깊게 듣고 있습니다.

사실

주의깊게 듣다 졸고 있습니다.









책은 가리지 않고 보는 편입니다.

취향.. 이런거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쾌락적 독서란 말을 즐겨 사용합니다.



한동안 전기나 평전 같은 책들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체게바라 평전

호치민 평전

비트겐슈타인 평전 -  천재의 의무

비노바 바베 - 명상과 혁명

버틀런드 런셀 - 인생은 뜨겁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습니다.

지금 꼭 구해서 보고 싶은 책도 호메이니 평전입니다.



책세상에서 나온 니체 전집도 아주 아끼며(?) 읽는 책입니다.

고병권 박사의 니체와 관련된 책들도 아주 즐겁게 읽었습니다.

법정스님이 번역한 불타석가모니는 최근 남들에게도 권해주는 책들 중 하나입니다.



어떠한 의무나 강박감없이 맘 가는대로 읽고 있습니다.

정독이나 완독을 강요하지도 않습니다.

보통 한번에 두세권의 책을 동시에 읽습니다.

나는 그들을 설레는 마음으로 간택을 합니다.











옛날에는 박스 전집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불필요한 내용물을 강제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입니다.



그럼에도 꼭 구입을 권유하는 최근 몇개의 박스 전집물이 있습니다.

아니 피셔

오스카 셤스키



회사 동료들에게도 몇번의 권유를 했었는데

얼마나 구입들을 했는지는 모르겠네요..











1,350원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최고의 선택...



.....




사람마다 주어진 것이 다릅니다.

능력이 다르고 경제력도 다르고 환경도 다릅니다.

여기까지는 다소 불공평한 그래서 불편한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행복 또는 만족에 이르는 조건에는 굉장히 많은 변수들이 존재합니다.

심지어

절대적 기준도 없습니다.

오로지

나의 의지에 달려있습니다.

수많은 환경 변수들을 내가 어떻게 조합하는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의지가 너무 힘이듭니다.

맘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하루에도 몇번씩 우리는 감정의 기복을 경험합니다.

쉽게 지치고 포기합니다.

그래서

많은 순간을 즉흥적 유희에 의지합니다.

그리고는 말합니다.

영원한 것은 없어...



그래서 많은 이들은 삶의 본질을 고통에서 찾습니다.

고통은 욕심과 욕망을 먹고 자랍니다.

그래서 무소유를 주장하기도 합니다.



나는 어떨까요?

줄라이홀과 무소유...

목적은 같지만 방법은 서로 너무도 극단적입니다.

답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정답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나 자신에 대한 고민과 의지를 확인하는 작업은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동굴은

나에게 그런 곳입니다.




그래서 어쩌면

고통스러운 공간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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