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렸습니다...
눈이 내리면...
출근을 못하거나..
퇴근을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집에 있을 때 눈이 내리면
반나절은 중노동을 해야 합니다...
오늘이 바로 그 날입니다.
그래도...
즐겨볼까 합니다...
모든 일은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어릴 때에는 ...
눈이 오면 너무도 즐거웠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썰매를 타고 눈사람을 만들고 신나게 놀았던 기억은...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뭐가 그리도 좋았을까요?
낯설음... 신기함... ?
가끔 마주치는 낯선 세상에 대한 신기함... ?
아니면..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오늘 밤 불쑥 집으로 선물을 가지고 찾아 올 것 같은 기대감..?
평소에는 할 수 없는 신기한 그 무엇... ?
그 낯선 세상을 그녀들과 즐겨봅니다...
추워서인지.. ?
추워서겠지요.. ?.
정말..
쉬지않고 뭔가를 먹고 있습니다...
오늘은 루나가 아빠를 도와줍니다.
서툰 칼질도 금세 익숙해집니다.
열과 성의를 다해 점심을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익숙한 그맛에 최대한 가까이 도전해봅니다.
다소 강한 고수향이 걱정됩니다...
맛있어?
저번이랑 어때?
좀 다르지..
뭐가 더 좋아?
냉소적이지만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여줍니다.
그걸로 아빠는 충분합니다...
둥스... 너를 위해 만들었어...
언능 들어와봐...
맘에 들거야...
우주 최강 사고뭉치 둥스...
입구를 막아버릴까 잠시 고민을 합니다...
몇 해 전에는 뒷산에서 아이들과 비료포대로 썰매를 탔습니다.
쉼없이 내리는 눈을 맞으며 우리는 우리들만을 위한 겨울왕국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커버린 아이들은 이제는 썰매를 타자고 조르지 않습니다.
이제는
하고 싶은것이 많은 아빠가 귀찮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눈더미를 파내고 그 속에 들어가 앉아 있는 아빠가 어쩌면 한심스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원권을 남발하며 사진을 찍자고 조르는 아빠가 어쩌면 미련해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진을 정리하는 지금 온몸에 통증을 느낍니다.
뭐가 잘못됐는지 허리를 펴기 힘듭니다.
손이 닿지 않는 등 어디엔가 담이 온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빠는
세상 누구보다 기쁘고 행복합니다.
그녀들과 함께하고 또 그 시간을 이렇게 정리하는 시간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또 감사합니다.
그래서 아빠는..
무엇을 해도 힘들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