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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2014

미안해..

 

 

시긴이 흐른 어느날

오늘을 어떻게 기억할까요?

 

 

루나가 아픈 것 같습니다.

어쩌면 마음의 병일지도 모릅니다.

 

 

서울에 있는 큰 병원에 왔습니다.

루나는 안 가겠다고 울었습니다.

아빠와 엄마는 그런 루나를 억지로 데리고 왔습니다.

 

 

아빠의 마음이 아픈 건..

내 아이가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지?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고 책망하기만 했던 어리석고 미련한

나 스스로에 대한 감당할 수 없는 실망감..

그것입니다.

 

 

언젠가는

오늘의 이런 가슴 아픈 기억들을

웃으며 떠올릴 수 있는 그런 날이 빨리 오기를 기도합니다.

 

 

오늘은

여느때와 다른 마음으로 카메라를 챙겨나옵니다.

하나는

꼭 오늘을 웃으며 기억할 멀지 않을 그날을 위해서이고

또 하나는

내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입니다.

 

 

 

 

 

 

 

이렇게 추운날..

왜 여기에 와야 하는지?

 

그녀는 불만입니다..

 

 

 

 

 

 

 

병원 진료를 마치고..

마음은 무겁지만

애써 스스로를 격려하고

다독거리며

오랜만에 남대문으로 갑니다.

 

 

 

 

 

 

 

맛있는거 사준다고 했지?

모야.. 뭐냐고?

 

 

 

 

 

 

 

루나는

전에 아빠와 가끔씩 놀러왔던

남대문 시장과 명동에 가고 싶다고 합니다.

수빈이는

회가 먹고 싶다고 합니다.

 

 

그래서

남대문에 있는 횟집을 급하게 알아보고

찾아갑니다.

 

 

뭔가 언밸런스하지만

상관 없습니다.

 

 

 

 

 

 

 

 

큰 기대는 없었지만.

특히 좁고 지저분한 거리의 입구부터가 마음에 안들었지만

 

들어와보니

조금씩 마음이 달라집니다.

 

뭔가 있을 것 같은 기대가 생깁니다.

 

 

 

 

 

 

 

작은 회 한 접시와 회덧밥을 주문합니다.

 

 

 

 

 

 

 

그런데

회가 아주 두툼하고

숙성이 제법 잘된

그런 선어회가 나오네요.

 

감칠맛이 있고 가격도 비교적 저렴합니다.

 

 

 

 

 

 

 

 

특히 고등어 조림이 마음에 듭니다.

점점 그녀들의 얼굴이 펴지기 시작합니다.

 

 

 

 

 

 

 

한상이 차려집니다.

매운탕과 시원한 미역국이 더 올려집니다.

 

더 이상 상 위에 반찬을 올려 두기가 어려울 지경입니다.

 

 

 

 

 

 

 

덧밥에도 투툼한 횟감이 제법 많이 올려집니다.

 

 

 

 

 

 

루나는 아주 만족스러워 합니다.

메뉴와 반찬들.. 매운탕과 미역국도 모두 수준급입니다.

의외의 소득입니다.

 

 

 

 

 

 

 

수빈공주는 시종일관 회만 먹습니다.

적지 않은 양인데

마지막 한점까지 맛있게 먹습니다.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몇군데 일식집과 비교해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 선어회입니다.

만족스러운 맛입니다.

 

 

 

 

 

 

 

무뚝뚝해보이시는 사장님이

서비스를 주시네요

 

선입견이 있어서였는지 더 감동적입니다.

^^

 

 

 

 

 

 

둘째 공주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습니다.

그녀는 분명 ..

웃고 있습니다..

 

 

 

 

 

 

 

남대문 시장을 지나

명동으로 향합니다.

 

 

 

 

 

 

 

그동안 루나가 눈여겨보고 있던 아이팟을 보러갑니다.

아빠가 물려준 7년된 아이팟은

얼마전 버튼이 눌려지지 않는군요

 

 

 

 

 

 

 

언제나 마음을 설레게 만드는 A# 입니다.

 

 

 

 

 

 

 

바로 이거야..

그래..

얼마야..

 

 

 

 

 

 

 

이렇게라도 그녀의 마음을 사고 싶었습니다.

망설임 없이 결제를 합니다.

 

 

 

 

 

 

그녀와의 데이트..

정말 오랜만입니다.

 

 

일년도 훨씬 지난 것 같습니다.

정말 .. 무심한 아빠입니다.

 

 

 

 

 

 

 

 

 

문제는

둘째 공주의 마음도 사야한다는 것 입니다.

 

 

 

 

 

 

 

우아한 지성

아찔한 미모의

그녀가

책을 사달라고 합니다.

 

두 권을 결제합니다.

 

 

 

 

 

 

 

 

이젠 집으로 가야 합니다.

아주 한참을 가야 합니다.

 

다리가 부은 것 같습니다.

피곤이 몰려 옵니다.

그러나

아빠의 마음과 신경은

오로지 그녀에게 향해 있습니다.

 

이렇게라도 그녀의 마음을 달래줄 수 있다면

아빠는 하나도 힘들지 않을 것 같습니다.

 

 

 

 

 

 

 

더 많이 안아주고

더 많이 대화하고

더 많이 웃어줄려고 합니다.

 

 

 

 

 

 

 

그녀와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아빠는 회사에서도 틈틈이 그녀에게 문자를 보냅니다.

 

너무나도 미안하고

그래서 아빠는 너무 마음이 아프고

너무나도 사랑한다고..

그렇게 그녀에게 마음을 전합니다.

가끔 무심한.. 또는 냉소적인 답변이 올때도 있지만

그래도 아빠는 정성을 다해 다시 세 글자를 보냅니다.

사랑해

 

 

...

 

 

 

언제가

분명 오늘을 기억하고 아빠의 글을 다시 읽게 되면

꼭 기억해주고 이해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 있어.

 

때로는 벽이 있는 것처럼 진심이 전달되지 않고

그래서 마음과는 다른 말들이 오가고

때로는 냉담해지고 

점점 아빠의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 전과 같지 않아 당황스러울 때가 있구나.

너희들도

이젠 자신만의 세상이 생기고

아빠의 말들이 모두 옳지는 않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고..

사실

아빠는 너무도 부족하고 어리석고 미련한 존재라서

그런 사실을 너희들이 늦게 알았으면 좋겠는데

점점 그 사실을 알아가는 것 같아 불안하고 겁도 많이 나.

점점 너희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지는 것 같아 두렵기도 하고.

그래서 마음에도 없는 말과 행동들.. 그런 실수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

이런 아빠를 이해해줄 수 있을까?

아빠가 잘못을 하더라고

진심은 아니었다고 이해해 줄 날이 오겠지

그리고

정말 부족하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너희들을 사랑하고 아낀다는 것

때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선택과 일들이 벌어지더라도

그 마음과 생각은 모두 너희들을 위한 것이었다는 것을

꼭 잊지 말아 주었으면 해

정말.. 너무나도 사랑한다.. 사랑하는 내 아이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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