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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2014

지구를 지켜줘...

 

 

아빠는 어릴적에 프라모델 만들기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그중에서도 로버트를 가장 좋아했습니다.

 

로버트를 좋아했던 이유는

당시 인기있었던 만화들이 대부분 로버트를 주제로 했었고

그 로버트들은 언제나 악당을 물리치고 지구를 구하는 영웅이었습니다.

그랜다이져.. 메칸더브이.. 철인28호... 짱가... 깡통로봇(?)

깡통이는 좀 애매하군요...

심지어 가장 좋아했던 만화 잡지도 로봇찌빠라는 케릭터가 나온 소년중앙이라는 잡지였습니다.

아.. 20세기 기사단도 잊을 수 없구요...

 

아마

너 커서 뭐가 되고 싶니 ?

라는 질문에

과학자요!

라는 대답은 로버트를 만들고 싶다는 의지에서 나온 답이었던 것 같습니다.

 

 

 

 

 

 

 

책을 읽고 어머니 앞에서 줄거리와 느낀점을 발표하면

어머니는 오백원씩을 주셨습니다.

 

 

빨리 문방구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에 일주일에 2~3권씩을 꼭 읽었습니다.

당시 어머니가 사주신 책들은 어린이용 문고가 아닌 성인용 고전 문학 책들이었습니다.

덕분에 적지 않은 책들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부족함 없이 책을 사주시기 위해 고생하신 모습을 기억합니다

집안에 더 이상 책을 둘 곳이 없어 옆집에도 맡기셨고

항상 아쉬운 말씀을 하고 다니셨습니다.

 

 

 

 

 

 

 

아빠를 때려주는 겁나게 잘생긴 로버트를 만들고 싶어...

 

 

 

 

 

 

 

 

 

나 ?

RX-78 풀버니언...

 

 

 

 

제 방에는 RX-178 MK2 에우고 건담이 있는데

두 MS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둘다 건담을 상대로 전투를 한 MS라는 공통점입니다.

 

 

 

 

건담 역사에서 흔한 일은 아니지만 당시 메니아들에게는 엄청난 이슈를 안겨주었던 사건입니다.

RX-78 타입의 연방군의 1호기와 지온이 탈취한 2호기는

형제지간이지만 서로를 향해 총을 겨눠야하는 안타까운 운명의 모빌슈트들입니다.

결국 둘다 완파를 당합니다.

뉴타입 이전 최고의 전사로 묘사되는 지온군의 가토가 여기에서 등장합니다.

느닷없이 숨겨진 3호기가 등장하면서 스토리는 막장으로 마무리가 되지만

여전히 가토의 아우라는 샤아 아즈나블의 그것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무림세계로 입문하기 전까지

모빌슈트는 저의 아바타였습니다...

 

 

초등학교 등교 길에 또래의 비슷하게 정신나간 넘들이랑 침 튀기며 

지구의 운명을 건 전투를 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투투투투...

퉤 퉤 퉤 퉤...

피~~우~~~웅

소형 화기는 주로 입에서 튀어 나갑니다...

중대형 화기는 신고 있던 신발 날리기로 대신하고

광선검 대신 신발주머니를 휘두릅니다...

 

 

 

 

 

 

 

 

보통의 여자 아이들이 좋아할 수 있는 취미는 아닙니다..

 

 

 

 

 

 

 

 

 

그녀의 모습에서 30년 전 제 모습을 발견합니다.

 

 

 

 

 

 

 

 

 

 

 

그녀의 손을 거치면 마법같은 일들이 벌어집니다.

 

 

...

 

 

움직여야 할 곳이  안 움직이고

분리되지 말아야 할 곳이 분리가 됩니다.

요즘 프라모델은 본드를 사용할 일이 없는데

그녀의 손길이 지나간 자리에는 본드 자국이 덕지 덕지 남습니다.

그리고

설명서에 없는 새로운 무엇인가가 만들어 집니다.

미스테리한 일입니다...

 

 

 

 

 

 

 

 

 

시끄러...

 

 

 

 

 

 

 

 

 

투투투투...

퉤 퉤 퉤 퉤...

 

 

 

 

힉.. 디러워...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런 곳이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연꽃은 처음 봅니다.

 

 

 

 

 

 

 

 

 

오후에 그녀가 이곳에 가자고 합니다.

날도 더운데...

-.-

 

 

 

 

 

 

 

물론 목적은 연꽃을 보기 위함이 아닙니다.

 

 

 

 

 

 

 

 

 

 

 

 

 

 

갑자기 그녀의 마음에 다육이가 다가 왔습니다.

 

 

 

 

 

 

 

 

다육이 사줘...

지구에서 가장 이쁜 걸로...

 

 

 

 

 

 

 

 

이렇게 다양한 다육 식물이 있습니다.

 

 

 

 

 

 

 

 

요거 쫌.. 맘에 드네...

 

 

 

 

 

 

 

얼마야 .. 얼마면 돼?

 

 

 

 

 

 

 

 

그녀가 다육이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레이라고 합니다.

 

 

아빠는 다칠이는 어떠냐고 제안했다가

목숨을 잃을 뻔 했습니다.

 

 

 

 

 

 

 

 

 

이곳의 7월은 연꽃으로 대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 과학자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메칸더 브이 같은 멋진 로버트를 만들고 싶어서였고

메칸더가 멋진 이유는 지구를 지켜주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아빠는 지구를 구하는 것이 꿈이었던 것입니다.

오.. 훌륭해.. 역시 넌 멋진 놈이야..

 

 

 

 

뭐래?

 

 

.....

 

 

 

그런데 나이를 먹고 현실을 살벌하게 직시하고 있는 지금

멋진 로버트를 만들겠다는 과학자의 꿈은 버렸습니다.

심지어 외계인도 납치해주지 않는군요...

뉴타입만이 유일한 희망이었는데...

 

 

그러나

지구는 로버트가 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스스로가 구하는 것임을 알게되었습니다.

 

 

우주 괴물이 아니라

인간의 무관심과 욕심으로부터 지켜야 합니다.

따라서

아빠의 꿈은 아직도 유효합니다.

 

 

...

 

 

메칸더 메칸더 메칸더 브~이~

랄라랄라 랄랄랄라~~ 공격개시..

정의와 평화를 지키는

우리들의 믿음직한 메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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